임대해주고 있는 사무실의 세입자에게 연락이 왔다.
"스위치가 고장이 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딸깍 딸깍 스위치가 고장이 났다면, 교체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누구의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지를 묻는 물음 같아서 내가 직접 가서 고쳐주겠노라고 했다. 스위치를 갈아 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는 유튜브를 검색했다. 검색어 '스위치 교체하는 법'. 유튜브가 응답했다. '40초 만에 스위치 가는법', '초등생도 가능한 스위치 교체 법', '전등 교체보다 쉬운 스위치 교체' 등등 엄청난 영상을 보여 주었다. 아 쉽다 이거지?! 그럼 해보지 뭐.
동네 철물점에 들렀다. 교체할 스위치를 구매하며 철물점 사장님께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스위치 교체 쉽지요? 유튜브에서 보니 전선만 잘 꽂으면 되던데 전선을 한가닥씩만 잡으면 감전 안되는 거죠?"
"두 가닥 잡아도 골로 가지는 않아요!"
"크크크 네~ "
"사람들이 겁을 먹어서 그래요. 전기가 통하면 심적 충격을 있을 수 있는데 죽지는 않습니다"
철물점 사장님의 설명에 다시 한번 자신감을 얻었다.
몇 시간 뒤 사무실로 찾았다. 중장년의 남녀 대여섯 명이 책상에 앉아 근무 중이었다.
"어느 스위치인가요?"
"엥? 직접 고치시게요?" 하며 의아하게 쳐다본다.
"네, 해보려고요."
가져간 드라이버로 스위치 껍데기를 벗긴 후 체결되어 있는 나사를 풀었다. 벽에서 두 가닥의 선이 나와서 스위치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 두 가닥을 해체하여 새 스위치에 연결시키면 된다. 해체해야 할 두 가닥의 선이 생각보다 분리가 되지 않는다. 영상에서는 잡아당기면 빠진다고 했는데, 나사로 단단하게 연결이 되어 있었다. 40초가 지나도록 초등학생보다 나이 많은 나는 해결을 하지 못한 채 전선 두 가닥을 잡고 끙끙댔다. 전선에 맞물린 나사를 풀어주면 되는데 전기 통할까 두려워 나사를 풀지 못한 것이다. 골로 가지 않는다는 철물점 사장님의 말이 떠올랐다. 심적 충격을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사가 연결된 플라스틱을 부셨다. 결국 스위치를 부셔서 나사를 해체한 후 전선 두 가닥을 나사로부터 뽑아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연결 후 마무리 했다. 뿌듯! 미션 클리어!
아무리 쉽다 해도 전기 다루는 일이 무서워 엄두도 못 냈을 일을 하려는 마음으로 덤비니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해봤다는 것의 힘이 이렇게 강력할 줄이야. 고시원 원장을 하며 못했던 일들이 해봤던 일로 되는 것들이 참 많다. 특히 변기 뚫기.
'원장 J의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로우한 고시원 탈출 꿍꿍이 (1) | 2024.01.25 |
---|---|
똑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 (0) | 2024.01.23 |
편안히 누울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인가? (0) | 2024.01.13 |
고시원에 눈이 내리면 (0) | 2024.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