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원장 J의 일지5

슬로우한 고시원 탈출 꿍꿍이 대학가 근처에 자리 잡은 고시원은 1년 중 1월이 가장 슬로우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짐을 빼고 본가로 돌아갔다. 혹은 짐만 놓고 갈테니 방학 동안만 입실료를 깍아달라고 요구를 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에는 방학에도 주거지를 옮기지 않는 분위기로 자리잡아 가고 있은 듯 하다. 여름 방학 시즌에는 가을학기 준비를 위해 집에 가지 않고 집과 고시원을 왔다갔다 하기도 하는데, 학년이 끝나는 12월 말부터 학년이 새로 시작되는 3월 초가 되기 전까지는 이동이 거의 없다. 특히 12월 말과 3월 초의 가운데에 있는 1월은 더더욱 새로 방을 구하는 학생들은 적을 수 밖에 없다. 늘 만실이던 고시원까지 빈방이 꾀나 늘었다. 1월의 월세와 관리비 그리고 추운 겨울 난방을 위한 가스비가 무겁다. 유튜.. 2024. 1. 25.
똑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 매니저님의 카톡이 울린다. "원장님, 40호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집니다." 안보고 싶고 몰랐으면 좋겠는 사실이지만 최대한 빨리 조치해야 한다. 물이 떨어지는 방에서 살고 있는 입실자가 있기 때문에. 40호실은 2층 침대가 있는 조금 큰 원룸이다. 먼저 계시던 원장님이 원래는 방이 아닌 곳에 추가 공사를 통해 만들어 놓은 방이다. 고시원에 오래 계셔서 원장들 보다 고시원에 대해 더 잘 아시는 매니저님의 말에 의하면 40호실의 누수는 해마다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고 한다. 그나마 일년에 한 번인 것이 다행이라고 한다. 다행이 다행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암담함이 먼저 찾아오고, 공사비는 얼마나 들지 걱정이 그 위를 덮는다. 이럴 때 함께 암담함도 공사비도 함께 나눌 동업자가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기.. 2024. 1. 23.
편안히 누울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인가? 새로 시작한 고시원에 새로운 입실자들을 절찬 모집하는 중이다. 이번 고시원은 입실자가 한 명도 없는 빈 고시원을 인수한 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했다. 대부분 시설이 노후된 고시원들이 많기 때문에 고시원 운영을 하면서 주된 일은 유지보수이다. 장기로 머물던 입실자가 퇴실하면 도배와 장판을 새로한다거나, 욕실의 곰팡이를 제거하거나 환기구와 전등을 교체하게 되는 일들이다. 그 중 가장 힘든 경우는 누수. 어디서 새는 지도 모르는 물을 찾아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말은 곧 전문가를 불러야만 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다. 이러저러한 다양한 문제들 없이 편안하게 운영하기 위해 새로 시작한 고시원의 여기저기를 손봤다. 누수 방지를 위해 누수 염려가 있는 곳을 파악해서 방수도 하고, 전체 방의 도배.. 2024. 1. 13.
스위치 교체요?! 임대해주고 있는 사무실의 세입자에게 연락이 왔다. "스위치가 고장이 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딸깍 딸깍 스위치가 고장이 났다면, 교체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누구의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지를 묻는 물음 같아서 내가 직접 가서 고쳐주겠노라고 했다. 스위치를 갈아 본 적은 없지만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는 유튜브를 검색했다. 검색어 '스위치 교체하는 법'. 유튜브가 응답했다. '40초 만에 스위치 가는법', '초등생도 가능한 스위치 교체 법', '전등 교체보다 쉬운 스위치 교체' 등등 엄청난 영상을 보여 주었다. 아 쉽다 이거지?! 그럼 해보지 뭐. 동네 철물점에 들렀다. 교체할 스위치를 구매하며 철물점 사장님께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스위치 교체 쉽지요? 유튜브에서 보니 전선만.. 2024. 1. 12.